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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일렉트릭 차주가 시승한 더 뉴 캐스퍼 터보, 솔직히 어떤가? 본문
이틀 전인 9일,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서 더 뉴 캐스퍼 가솔린 1.0 터보를 시승했습니다. 외장 색상은 어비스 블랙 펄, 실내는 베이지 오렌지 브라운 투톤, 선택 사양으로 캐스퍼 액티브 II, 액티브 플러스, 선루프, 스토리지가 전부 들어간 인스퍼레이션 트림 풀옵션 모델입니다. 가격은 2,186만 원입니다.
앞모습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방향지시등이 켜지는 눈매는 더 갸름해지고 풀 LED 헤드램프는 캐스퍼 일렉트릭에서 가져왔으며, 터프한 그릴 디자인, 투박해 보였던 범퍼를 세련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손보면서 인상이 좋아졌습니다.
옆모습은 그전 캐스퍼와 같습니다. 1열과 2열 유리 높이는 여전히 비대칭형인데요. 지붕에 달린 루프랙 빼고 거의 모든 부위가 색깔이 까매서 일체감이 잘 느껴집니다. 지난달 전시장에서 구경한 더 뉴 캐스퍼의 외장 색상은 아틀라스 화이트, 시에나 오렌지 메탈릭, 톰보이 카키로 세 가지였는데 어떤 색깔을 둘러도 잘 어울립니다.
바퀴는 17인치로 꽂혀 있었습니다. 무광형으로 검게 도장된 다크 그레이 알로이 휠에 넥센의 엔프리즈 S 타이어를 신겼습니다. 타이어 규격은 205./45 R17로, 17인치 휠을 꽂던 일부 카셰어링 캐스퍼, 9월에 시승한 캐스퍼 일렉트릭 시승차 타이어랑 똑같습니다.
뒷모습은 테일램프 그래픽과 범퍼 디자인 변경으로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각기 다른 삼각형을 모아 현대 엠블럼을 감싸던 테일램프는 앞모습에서 보여준 그릴을 본떠서 밀도를 높이고 두툼해진 스키드 플레이트 범퍼 좌우로 에어핀 장식을 달아서 잘 달려줄 분위기를 냈습니다. 리어 스포일러는 액티브 플러스에 포함된 드레스-업 아이템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잠겨 있는 1열 문은 문 손잡이에 달린 검은콩 버튼을 눌러서 엽니다. 컨비니언스 플러스를 추가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문 손잡이에 손만 대면 문 잠금이 즉시 풀리지만 더 뉴 캐스퍼는 안 그렇습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서 느낀 인상적인 부분은 실내 색상이었습니다. 뉴트로 베이지라 불리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실내보다 보기 좋았습니다. 크래시패드와 운전대, 센터 콘솔, 시트 좌판, 시트벨트, 바닥 매트는 오렌지 브라운, 도어 트림과 필러, 천장, 시트 등받이는 베이지, 몇몇 부위는 형광색으로 장식을 더한 구성입니다.
뒤에 앉아서 실내를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적용된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은 공조 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주변과 기어 레버 및 주행 모드 변경 다이얼 주변으로 압축돼 있지요. 실내가 전부 블랙 원톤이었던 더 뉴 캐스퍼보다 눈을 둘 곳이 많습니다. 예쁘니까요.
운전석 주변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오토 홀드 및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적용된 점입니다. 신호 대기 중에는 풋 브레이크는 꾹 밟고 있어야 했고 경사로에 차 세울 때 왼발로 주차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는데 이젠 안 그래도 됩니다. 운전대 열선 버튼은 캐스퍼 일렉트릭처럼 왼쪽 밑에 있는데 운전석에서 잘 안 보입니다.
운전대는 캐스퍼 일렉트릭과 다릅니다. 음성 인식, 미디어 모드 전환을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왼쪽, 트립 정보 확인, 크루즈 컨트롤 및 차로 유지 보조, 차간 거리 조절 기능은 오른쪽 스포크에서 조정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오른쪽, 주요 ADAS(운전자 주행 보조) 기능이 왼쪽 스포크에 붙어있지요.
칼럼식 전자 변속 레버가 아닌 예전의 기어 레버를 만져 보니 정감이 갑니다. P-R-N-D-L 순으로 타다닥 넘기는 기어 레버를 한동안 만지지 않았더니 처음에 좀 어색했다가 3, 4분 몰고서 익숙해졌습니다. 제 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몰던 습관이 익다 보니 오른손이 가끔 운전대 오른쪽 뒤를 겉돌곤 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좋았다고 느낀 부위는 의외로 운전석 착좌감이었습니다. 등받이 좌우가 헐렁하고 좌판이 짧은 점은 다를 게 없는데요. 헤드레스트는 오히려 머리를 기대기 편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헤드레스트를 뒤로 밀어도 살짝 튀어나와 있어 자칫 목덜미가 결리기 쉬운데요. 앞뒤 조절이 안 되는 더 뉴 캐스퍼의 헤드레스트가 차라리 나았습니다.
운전 시점은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소폭 높은 느낌이 듭니다. 눈에 보이는 사이드 미러의 면적과 화각은 캐스퍼 일렉트릭과 거의 같아서 시트 위치를 맞추는 시간도 짧았습니다. 차 시동을 걸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3기통 엔진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진동이 앞에서 실내로 고스란히 넘어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몰던 운전자라면 '아, 내가 캐스퍼에 탄 게 맞구나'를 확실히 느끼게 됩니다. 초기형 캐스퍼보다 내장재 떠는 소리는 덜한데 외부 소음 유입량은 체감상 비슷했습니다.
드라이빙라운지 밖으로 나서는 첫 구름 질감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평온했던 캐스퍼 일렉트릭과 사뭇 달랐습니다. 생활도로구역에 촘촘히 박힌 과속방지턱은 부드럽게 넘는데 맨홀 뚜껑이나 움푹 파여서 뾰족하게 튀는 곳은 충격 완화를 하다가 맙니다. 큰 휠을 끼고 타이어 편평비가 낮아서 단단하게 느껴질 뿐이지 온갖 도로에서 몰아본 차량의 전반적인 서스펜션 셋업은 컴포트에서 크게 안 벗어납니다. 충격을 버티는 한계 용량이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모자라게 느껴집니다.
바닥에서 실내로 넘어오는 투과음, 주행하며 들리는 바람 소리의 체감 음량은 그전 캐스퍼와 같습니다. 카랑카랑한 3기통 터보 엔진의 소리와 진동이 이 둘을 잠시 가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처럼 나긋하고 부드럽게 주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엔진 회전 수에 따라 출력과 토크가 결정되는 기름차 특성에 따라 변속기가 잘 응답해야 하는데요. 솔직히 노멀 모드에서 경험한 주행은 조금 답답했습니다. 길게 잡힌 4단 변속기의 기어비가 더 뉴 캐스퍼 터보에 잠재된 성능을 까먹습니다. 구동 손실이 어떻고를 떠나서 교통 흐름을 따라가기 바쁩니다. 토크가 충분히 오르지 않았는데 다음 단수로 기어가 느긋하게 맞물려서 가속을 굼뜨게 합니다.
연비를 소폭 잃더라도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 가감속이 더 선명해서 차를 몰기 좋았습니다. 오래된 4단 변속기의 부족한 변속 제어 능력이 일부 보완됩니다. 교통량이 많고 흐름이 빠른 시내 안팎에서 발이 편한 주행을 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이 없습니다.
램프 구간을 빙 돌아 고속화 도르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느낀 주행 경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소보다 빠른 주행을 위해 스포츠 주행 모드를 택하는 게 아니라, 주변 교통 흐름을 잘 맞추기 위함이라는 사실을요. 곧 사라질 합류 차로에서 본선으로 쉽게 넘어가려면 가속 응답성이 중요해집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느낀 주행 부담이 딱히 없었지만 더 뉴 캐스퍼 터보는 은근히 신경 쓸 게 많았습니다.
이 정도면 더 몰지 않아도 되겠다 판단하고 드라이빙라운지로 돌아왔습니다. 대략 50분간 15.2km를 다녀서 기록된 연비는 12.1km/l였습니다. 처음 8km까지는 노멀 모드로 연비 14.6km/l를 띄웠지만 캐스퍼 일렉트릭 대비 주행이 쾌적하지 않아서 스포츠로 주행 모드를 바꿨습니다.
주행 모드에 관계없이 편안한 운전을 바란다면 인스퍼레이션보다 한 단계 낮은 디 에센셜 트림으로 접근하는 게 낫습니다. 기본 사양인 17인치 바퀴는 빠지고요. 터보차저가 포함된 캐스퍼 액티브 I, 풀 LED 헤드램프를 비롯한 램프류는 익스테리어 디자인,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등 주요 ADAS는 현대 스마트센스 I, 10.25인치로 커진 내비게이션은 인포테인먼트 내비 I를 추가하면 됩니다. 꼭 시승차처럼 최고 등급 트림에 풀옵션으로 내 차를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 계약하거든 저처럼 시승차를 몰아보고 판단해야 후회가 적습니다. 제 차로 구매한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여러 차례 차를 둘러봤고 카셰어링으로 캐스퍼와 캐스퍼 터보를 수차례 경험한 결과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상위 모델로 간주되는 EV3까지 타보며 내린 결론이었지요.
더 뉴 캐스퍼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작고 귀여워서 고르는 차가 아니라 직접 몰아보고 차가 나한테 잘 맞다는 판단이 바로 섰을 때 어떤 색깔을 고르고 어느 선택 사양을 추가할지, 비슷한 사양의 전시차는 어떤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차주 입장에서 더 뉴 캐스퍼는 '그전 캐스퍼보다 딱 이만큼 좋아졌구나'를 알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첫차로 접근할 가치는 있으나 장거리 주행으로는 어렵고요. 시내 주행 비중이 높은 분에게 권할 만합니다. 세컨드(Second) 아니면 서드(Thrid) 카가 필요한 분들에게도 알아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소형차로 분류된 캐스퍼 일렉트릭과 달리, 더 뉴 캐스퍼는 경차 혜택을 잘 가진 SUV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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