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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를 찾아 떠난 운전 여행, 봉길대왕암해변 다녀온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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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를 찾아 떠난 운전 여행, 봉길대왕암해변 다녀온 후기

커피스푼 2024. 12. 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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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일) 제 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몰고 봉길대왕암해변에 다녀왔습니다. 휴식처로 늘 찾던 교외 지역보다 조금 더 먼 곳으로 방향을 잡았죠. 집에서 가는 데 1시간 반, 오는 데 1시간 40분, 대략 200km 넘는 주행을 마쳤습니다. 적당히 조용한 겨울 바다를 보려고 막 결정한 운전 여행이었는데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거리 출퇴근으로 판에 박힌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집에서 봉길대왕암해변까지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잡던 모습입니다.
집에서 봉길대왕암해변까지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잡던 모습입니다.

 

해변으로 출발한 시각은 햇빛이 누렇게 물들던 오후 4시 무렵이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경산 진량읍까지 20분을 가서 경부선에 오르길 권했지만 고속도로 위주로 쾌적하게 가려고 가까운 수성 IC로 길을 꺾었습니다. 신호를 덜 받으며 대구로 향하다 경주로 급격히 휘는 경로입니다. 10km 이상 더 달려도 교통 흐름이 좋아서 예상 도착 시각은 똑같더군요.

 

 

봉길대왕암해변으로 가던 주행 순간을 모았습니다.
봉길대왕암해변으로 가던 주행 순간을 모았습니다.

 

경부선 하행선은 경산 IC를 넘어서며 한산해졌습니다. 평일 오후 주변에 차가 없으니 주행 자체가 여유롭습니다. 제한속도 안팎으로 계속 가다가 경주 IC로 빠져나온 시각은 4시 10분쯤이었죠. 경주 외곽의 국도를 잠시 거쳐서 동해선 남경주-동경주 IC 구간으로 10분간 짧게 고속 주행을 마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무대왕면 봉길리 봉길대왕암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봉길대왕암해변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봉길대왕암해변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5시 10분쯤 와서 차를 댔더니 주위가 대체로 조용했습니다. 해는 이미 서쪽 하늘 어딘가로 자취를 감췄고 저 멀리 동쪽 하늘은 퇴근하는 해를 따라 붉게 물들고 있었죠. 육지로 밀렸다 빠지길 수없이 반복하는 파도는 잔잔했습니다. 고속 주행으로 스치던 맞바람, 옆에서 불던 거센 바람에 비해 바람도 비교적 약해서 해변 따라 산책하기 좋은 상황이었지요.

 

 

마을이 살짝 보이도록 해변 사진을 담았습니다.
마을이 살짝 보이도록 해변 사진을 담았습니다.

 

옆으로 나와서 해변이 보이게 찍어봅니다.
옆으로 나와서 해변이 보이게 찍어봅니다.

 

차에서 내린 김에 왼쪽에 마을이 살짝 나오도록 사진을 담았습니다. 어둠이 깔리기 전의 초저녁 분위기가 사진을 딱 담기 좋았습니다. 한낮에는 쨍하고 명암이 뚜렷해서 언제든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데 일몰 직후에 느낄 따스한 분위기는 아주 잠깐이라 더 소중하고 애틋하더군요.

 

 

해변 왼쪽은 대본항 앞 어촌입니다.
해변 왼쪽은 대본항 앞 어촌입니다.

 

해변 왼쪽은 대본항 주변에 형성된 어촌입니다. 감포읍에 속한 마을이라 연말에 해맞이 방문객들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낮에 왔으면 간단히 물회나 밀면, 칼국수로 점심 식사를 하고 바다가 보이는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더 여유롭게 썼을지도 모릅니다.

 

 

해변 오른쪽에 봉길대왕암이 바로 보였습니다.
해변 오른쪽에 봉길대왕암이 바로 보였습니다.

 

해변 오른쪽에는 문무대왕릉으로 알려진 봉길대왕암이 바로 보입니다. 사진과 영상으로 몇 번 보고 듣기만 했던 곳인데 폰 화면에서 배율 확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잘 보입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를 맨눈으로 보고 나서야 새삼 느낍니다. 바위 가까운 곳에는 오색 깃발을 하나씩 들면서 굿을 지내는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른 해변과 달리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곳인데 지반이 나름 단단해서 걷기 괜찮았습니다. 저처럼 가만히 서서 멍을 때리며 머리를 비우기도 하고요.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다른 방문객 일행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같이 뛰놀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각자 자유입니다.

 

 

봉길대왕암해변에서 잠시 담아본 영상입니다(22초).

 

바닷바람을 쐬며 이날을 기억할 영상도 짧게 담고요. 점점 붉어지며 어둠이 내린 아득히 먼 하늘, 짙어지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눈을 말끔히 정화시킵니다. 막연히 어딘가를 향해 걷지 않아도, 그 자리 그대로 머물러만 있어도 틀에 박힌 일상에서 느끼던 지루함, 뭔가의 공허함이 싹 날아갑니다.

 

 

뒤로 돌아보니 편의점과 카페가 보였습니다.
뒤로 돌아보니 편의점과 카페가 보였습니다.

 

도로를 건너 2층 카페로 향합니다.
도로를 건너 2층 카페로 향합니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비웠더니 바다를 보느라 잊었던 한기와 약간의 허기가 느껴졌습니다. 뒤돌아보니 1층에 GS25 편의점, 2층과 3층에 노란불을 환하게 켠 24시 무인카페가 바로 보였습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총총걸음을 옮겼습니다.

 

한눈에 봐도 편의점 위에 문을 연 카페는 어느 동네에서나 볼 법한 무인카페가 아녔습니다. 한 잔에 2천 원하는 아메리카노의 가격 말고도 통유리 앞에 나란히 배치된 테이블과 의자가 저를 들어오라고 안내하는 듯했지요. 묘한 끌림에 출입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2층에는 제법 앉을 곳이 많았습니다.
2층에는 제법 앉을 곳이 많았습니다.

 

보통의 무인카페보다 편의 시설을 잘 갖춘 편입니다.
보통의 무인카페보다 편의 시설을 잘 갖춘 편입니다.

 

2층 카페 안은 커피와 음료를 내리는 자동화 설비 3대, 천장에 시스템 에어컨 설비까지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바 형태로 쭉 뻗은 테이블에는 의자가 좌우로 일곱 개씩, 계단 바로 옆에도 세 명이 앉을 만한 소파가 있었지요. 여자 화장실은 2층, 남자 화장실은 3층에 있습니다.

 

 

주문 가능한 음료 메뉴는 커피머신 별로 다르기도 했습니다.
주문 가능한 음료 메뉴는 커피머신 별로 다르기도 했습니다.

 

주문 가능한 음료는 꽤 많고 다양했습니다. 자동화 설비가 다 똑같은 메뉴를 취급할 줄 알았는데 키오스크로 판매되는 메뉴가 각기 달랐습니다. 왼쪽부터 1호기, 2호기, 3호기이고요. 1호기 전용으로는 녹차라떼, 말차초코라떼, 딸기라떼, 사과에이드, 청포도에이드, 2호기 전용으로는 바나나라떼, 핫 청귤 티, 망고 에이드, 패션후르츠에이드, 3호기 전용으로는 플레인 요거트, 핫 레몬티, 레모니카소, 핫 복숭아 티, 아샷추, 아이스 메론 주스를 팔더군요.

 

공통 메뉴인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바닐라라떼, 초코라떼의 가격은 2천 원에서 3천 원으로 저렴하고 합리적이었습니다. 보통 주인과 종업원을 둔 뷰 좋은 카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5천 원, 아니면 6천 원을 받는 경우가 흔한데요. 기본 설비를 잘 갖춘 무인 카페이면서 평소 관리도 잘 되고 있는 곳으로 보였습니다.

 

 

커피머신 사용법도 직관적이고 간단했습니다.
커피머신 사용법도 직관적이고 간단했습니다.

 

커피머신으로 불리는 각 자동화 설비의 사용법은 간단했습니다. 키오스크 화면에서 원하는 메뉴를 터치하고 화면 오른쪾에 표시된 '화면을 터치하세요' 버튼을 건드립니다. 결제 안내가 뜨면 단말기에 삼성페이를 대거나 카드를 꽂아서 결제를 기다립니다. 결제 후에는 아래쪽에서 주문한 음료가 곧장 만들어지며 왼쪽의 음료 배출구에서 받아가면 됩니다.

 

 

커피머신 3호기에서 주문한 핫 레몬 티입니다.
커피머신 3호기에서 주문한 핫 레몬 티입니다.

 

시험 삼아 첫 주문한 음료는 3호기 전용 메뉴인 핫 레몬 티였습니다. 저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는 문구를 보고서 가운데 준비된 스틱을 하나 꺼내서 서너 바퀴 저었습니다. 시중에서 팔리는 레몬 티랑 맛과 향이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요. 잠깐 향을 맡고 몇 모금 마신 느낌은 좋았습니다. 신맛이 더 진하고 새콤하더군요.

 

 

계단을 따라 3층에 올라왔습니다. 2층보다 넓고 전망을 보기 좋았습니다.
계단을 따라 3층에 올라왔습니다. 2층보다 넓고 전망을 보기 좋았습니다.

 

적당한 곳에 앉아 핫 레몬 티를 마셨습니다.
적당한 곳에 앉아 핫 레몬 티를 마셨습니다.

 

한 층 더 올라가서 음료를 맛보기로 했습니다. 3층은 2층보다 층고가 높아서 개방감이 좋고요. 체류 공간이 조금씩 더 넓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2층보다 앉을 곳이 많고 벽에는 콘센트를 꽂을 자리도 있었습니다. 한낮이었으면 저녁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머물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어둠이 짙은 6시 무렵이라서 바다보다는 안에서 반사된 모습이 더 잘 보입니다.

 

 

핫 레몬 티를 마시고 3호기에서 아메리카노를 뽑았습니다.
핫 레몬 티를 마시고 3호기에서 아메리카노를 뽑았습니다.

 

차로 바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음료 한 잔을 더 뽑았습니다. 황톳빛 거품을 띤 고소한 풍미, 바로 아메리카노입니다. 며칠 동안 감기가 심해서 4, 5일간 마시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한 잔은 꼭 마셔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커피를 대신해 물을 끓여서 티백을 띄워 마셨거든요.

 

 

차로 와서는 바질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로 저녁을 해결합니다.
차로 와서는 바질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로 저녁을 해결합니다.

 

시동 후 유틸리티 모드로 열선과 히터를 켜둔 차에서는 저만의 저녁을 간단히 즐겼습니다. 바질 베이글과 고소하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베이글은 전자레인지로 40초 데워 먹으면 찰기가 져서 더 맛있는데 고요한 바닷가 앞에서는 없어도 괜찮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가운데에 놓고 밤바다를 찍은 모습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가운데에 놓고 밤바다를 찍은 모습입니다.

 

불을 켠 마을이 잘 보이게 하나 더 찍습니다.
불을 켠 마을이 잘 보이게 하나 더 찍습니다.

 

따스한 커피 컵 위에 베이글을 올려서 온기가 전해질 동안 밖에 나와서 또 사진을 담습니다. 초저녁과는 약간 다른 구도로 차를 놔두고 야간 촬영 모드로 셔터를 2, 3초간 길게 열어둡니다. 흔들림 정도, 노출 시간에 따라 사진 품질과 분위기는 때때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삼각대는 안 들고나왔어도 짧게 숨 참을 자신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바다도 보고 저녁도 먹었으니 집에 갑니다.
바다도 보고 저녁도 먹었으니 집에 갑니다.

 

베이글과 커피로 허기를 채우고 목적지를 집으로 잡았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안내된 예상 도착 시각은 저녁 8시 무렵입니다. 다음날 새벽 근무가 있던 상황이었는데 딱히 서두를 이유는 없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겨울 바다의 여유는 충분히 즐겼다고 판단했으니까요.

 

 

경주 IC 진입을 앞둔 금요일 저녁 모습입니다.
경주 IC 진입을 앞둔 금요일 저녁 모습입니다.

 

금요일 저녁 누군가는 한 주를 끝내는 퇴근을 하고 누군가는 또 내일을 준비하러 갑니다. 오랜만에 듣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길은 마음마저 푸근했습니다. 어둠이 깔린 고속도로는 가끔 고백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갈 자극을 주기도 했지만요.

 

 

경부고속도로 경산 IC로 빠져나오는 주행 모습입니다.
경부고속도로 경산 IC로 빠져나오는 주행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를 따라 경산 IC로 경부선을 빠져나왔습니다. 주행 중 전광판에 붉게 뜬 동대구 분기점~수성 IC 정체 안내를 보고 말았거든요. 엉금엉금 기어가는 러시아워 행렬에 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시각은 7시 40분쯤이었습니다. 낮은 볼륨으로 듣던 음악캠프 방송이 다 끝나기 전에 집에 와서 좋군요.

 

 

위쪽은 집에서 해변까지, 아래쪽은 해변에서 집까지 되돌아 온 주행 정보입니다.
위쪽은 집에서 해변까지, 아래쪽은 해변에서 집까지 되돌아 온 주행 정보입니다.

 

전비는 얼마나 나왔을까요? 집에서 봉길대왕암해변까지 갈 때는 7.6km/kWh, 해변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6.3km/kWh가 떴습니다. 배터리 잔량은 출발 전 91%에서 해변 도착 후 65%, 해변에서 집으로 향하며 33%까지 빠졌습니다. 고속도로 이용료는 갈 때 3천 원, 올 때 2,350원으로 5,350원이 들었습니다. 전기차 충전은 나중에 급속이든 완속이든 80% 이상 해줄 생각이고요. 휴무가 나거든 어제처럼 시간을 쪼개서 또 어딘가로 움직일 겁니다. 전기차는 바로 그렇게 타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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