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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12월의 캐스퍼 일렉트릭, 집에서 어떻게 몰고 있나? 본문
오늘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고한 지 두 달이 됐습니다. 장거리 주행 계획은 뒤로 미뤘고요. 기록된 누적 주행 거리는 벌써 3,100km를 향하는 중입니다. 주 6일 야간 근무를 하는데 낮에 쉴 시간까지 쪼개며 바쁘게 지냈더니 결국 감기에 걸렸습니다. 그동안 즐겨 마시던 커피도 체력 회복을 위해 잠시 끊고 불필요한 외출도 줄였습니다. 당분간 출퇴근 위주로 차를 굴릴지도 모르겠군요.
어제는 시장 옆 식자재마트로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야간 근무를 막 끝낸 직후라 피곤했는데 굳이 집에서 김장 김치를 담그겠다고 배추 몇 통 사러 간다고 하더군요. 차 안에만 머물겠다는 조건을 걸고 나왔는데 카트에 한가득 배추를 실어 온 모습을 보고서 차에서 안 나올 수 없었습니다. 속이 꽉 찬 배추가 아홉 포기는 됐을 겁니다.
트렁크를 열고 부랴부랴 배추를 옮겨 담았습니다. 2열 시트 레버를 들어서 좌판을 앞으로 끌고 눕혔던 등받이도 비스듬히 세웠지요. 트렁크 바닥에는 에코백을 넓게 펼쳐 깔고 세 포기씩 엮은 배추망을 막 실었습니다. 박스째 담긴 양념류는 2열 바닥에 둘 수 없어 좌판 위에 놔뒀죠. 차에서 안 나오겠다는 조건은 괜히 걸었나 봅니다.
2주에 한 번 씻겨주던 세차 주기는 더 길어졌습니다.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에 셀프 세차는 의미가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며 자동 세차 앱을 만지다가 집 앞에서 실내 정리 후 가죽 클리너로 시트만 간단히 닦았습니다. 11월 초에 티티워시 앱으로 자동 세차를 다녀온 뒤로는 한동안 셀프 세차를 못해줬습니다. 보닛에 묻은 까만 점, 앞유리에 붙은 흙먼지, 범퍼의 벌레 자국은 며칠 뒤에 지울 겁니다.
오늘은 잠을 길게 청했습니다. 이마트에서 산 1인용 전기요로 5단계 온도 설정을 하고 잤더니 그나마 몸이 가뿐해졌습니다. 칼칼한 목은 따뜻한 보리차로 풀고 전자레인지로 대추 쌍화차를 데워서 여러 번 나눠마셨더니 밤잠을 못 자게 굴던 마른 기침이 조금 줄었습니다. 다 나은 상태는 아니라서 운전 중에도 마스크는 꼭 하고 다닙니다.
저녁 출근을 앞두고 시간이 남아서 유튜브 시청으로 낮 시간을 보내려다 차로 나왔습니다. 10월 중순 이후로 놔둔 머리카락이 지저분해 보여서 달마다 늘 다니던 헤어숍(미용실)으로 향했지요. 외출 전 블루링크 앱으로 공조 기능을 켜고 목적지 전송도 해 놔서 출발이 쾌적합니다.
머리를 자르고 차로 돌아와서는 바로 앞 스타벅스로 움직였습니다. 사이렌 오더로 불리는 앱 주문은 주차장에서 미리 하고요. 커피는 아직 못 마시니까 무알코올 와인 음료에 레몬 조각을 곁들인 뱅쇼로 대신 주문합니다. 주차장에서 현장 도착까지는 단 2, 3분이라 따로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드라이브스루 존으로 진입 후 픽업 존에서 음료를 받고 나옵니다. 새콤 달달한 음료를 몇 모금하니 추위로 굳은 온몸의 긴장이 누그러집니다.
신호를 몇 차례 받고 집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공동 현관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집 근처 일상 주행은 2~3km 안팎의 초단거리 위주라서 배터리도 아직 85%로 넉넉합니다. 한 번 다녀올 때마다 1~2%, 몇 시간 가만히 뒀을 때 1% 빠지는 걸 일일이 세지 않아도 됩니다. 반곡지처럼 마음의 휴식처를 향한 교외 주행을 다녀온다고 해도 배터리 충전량이 얼마 안 떨어집니다.
전기차 충전은 예전에 올린 글처럼 가끔 필요할 때 해주면 됩니다. 저녁에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는 저는 지하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으면 전기차 충전 구역에 차를 세워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일반 차들이 잘 넣지 않는 경차 구역에 차를 댑니다. 언제 들어가도 가까운 곳에 차 세울 곳이 확보돼 있으니까 기름차처럼 빈 곳을 찾아 빙빙 돌아다닐 이유도 없지요. 나중에 몸이 더 회복되거든 따뜻한 남쪽이든 바닷가로 차를 몰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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