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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일렉트릭, 배터리 1% 남기고 30kW 중속 충전한 소감은? 본문
그저께(6일) 제 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몰다 생긴 일입니다. 집에서 김천 실내체육관까지 약 94km, 출발 직전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배터리 잔량 38%에서 106km였지요. 체육관 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채우면 되겠다고 판단했는데 내비게이션에서는 이대로 못 간다며 충전소를 경유하라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얌전히 몰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고속도로를 한참 타고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맞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냈더니 배터리 잔량이 쭉쭉 빠졌거든요. 김천 톨게이트를 막 지나며 표시된 배터리 잔량은 2%, 주행 가능 거리는 5km, 목적지 도착까지 남은 거리가 2.7km였습니다. 주행하며 가끔 뜨던 EV 배터리 충전 경고를 그냥 넘겼더니 오랜만에 살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됐지요.
김천 IC 앞 삼거리에서는 공조 장치를 껐습니다. 공조로 소비되는 전력을 조금 아끼고 시트 열선은 1단으로 내렸지요. 목적지까지 1% 더 닳겠다 예상하며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느긋하게 밀고 떼기를 거듭했지요. 주변을 지나는 차들의 흐름도 빠르지 않아서 속도를 맞추는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주차장 도착 후 계기판 화면을 보니 배터리 잔량 1%, 주행 가능 거리 3km로 뜨더군요. 그럼에도 전기 모터 출력이 제한되는 거북이 아이콘은 뜨지 않았습니다. 바로 앞 이브이시스(EVSIS) 100kW 급속 충전소에서 배터리 충전을 시도했는데 딱 1% 충전하고서 오류가 뜨더군요.
이게 뭔가 싶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바로 건너 설치된 EVSIS 30kW 중속 충전소로 차를 옮겼지요. QR 코드 스캔 방식으로도 회원 인증 후 결제가 가능했지만 예비용으로 가져간 EVSIS 회원카드를 태깅 단말기에 댔습니다. 회원 인증 후 표시된 중속 충전 단가는 300원이더군요.
30kW 중속 충전 커넥터를 꺼내 들어보니 보통의 DC 콤보 급속 충전 커넥터보다 가벼웠습니다. 완속 충전소에 설치된 커넥터보다는 케이블이 다소 굵고 급속 충전소의 커넥터보다는 두께가 얇아서 방향을 돌리기 좋더군요. 충전기는 평행 주차면 오른쪽 앞에 설치됐고 길이가 적당히 길어서 차는 정방향, 혹은 역방향으로 세워도 연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배터리 잔량 2%에서 충전 시 표시된 충전 속도는 22.3kW였습니다. 80% 충전까지는 약 1시간 30분, 100%까지 다 채우려면 2시간 20분이 더 걸리겠다고 뜨더군요. 허용된 충전 중 주차 점유 시간은 완속 충전 기준(14시간, 올해 상반기 친환경차 시행령 개정 후 변경 가능성 있음)과 같아서 급속 충전소처럼 차를 당장 옮기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체육관에서 배구 경기를 보고 차에 돌아온 시각은 8시 반이 막 지난 때였습니다. 마침 폰으로 전기차 충전이 끝났다는 앱 푸시 알림이 와서 마이현대 3.0 위젯으로 공조 기능을 켜놨지요.
충전기 키오스크 화면에 뜬 배터리 충전량은 50.01kWh, 결제된 충전비는 1만 5,003원이었습니다. 배구 경기를 보러 간 2시간 반 사이에 배터리가 100%까지 다 찼습니다. 일반 7kW 완속 충전기는 충전 완료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충전 중 손실되는 전력까지 있어서 더 많은 전력을 끌어오는데요. 30kW 중속 충전기는 그와 같은 영향을 덜 받더군요. 작동 특성이 사실상 예전의 50kW 급속 충전기에 가까웠습니다.
충전 단가는 집 지하주차장에서 자주 이용하던 차지비 7kW 완속 충전기보다 저렴한 느낌이었습니다. 얼마 전 2월 1일부터 완속 충전 단가가 269원에서 295원으로 올랐거든요. 그에 반해 김천시 스포츠타운 주차장에 깔린 EVSIS의 7kW 완속 충전 단가는 250원, 30kW 중속 충전 단가는 300원, 100kW 급속 충전 단가는 380원이었습니다.
전기차의 12V 보조 배터리를 양호한 상태로 유지 관리하는 면에서는 완속 충전이 좋은데요. 이럴 때는 출발 준비 시간을 아껴주는 30kW 중속 충전소로 눈이 돌아갑니다. 7kW 충전기로 완속 충전했다면 이날 집에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간 얼마 쉬지도 못하고 새벽 출근 준비를 해야 했겠지요? 언젠가 영화관이나 쇼핑몰 주차장에도 중속 충전소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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