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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전기차 급속 충전을 위한 '배터리 컨디셔닝', 왜 중요한가? 본문
며칠 전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경주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고속도로 주행 중 EV 배터리 주의 경고가 켜져서 목적지를 집에서 가까운 전기차 급속 충전소로 맞췄지요. 목적지 도착이 얼마 남지 않자 디지털 클러스터(LCD 계기판) 왼쪽 밑에 주황색 배터리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이는 전기차 급속 충전을 위한 배터리 컨디셔닝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배터리 컨디셔닝은 지금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쓰임새가 더 중요해집니다. 냉장고처럼 차가운 스마트폰의 충전 속도가 빠르지 않듯이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팩도 알맞은 온도로 미리 데워야 제시간에 급속 충전을 마칠 수 있거든요. 무더위로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도 다르지 않습니다.
급속 충전소 바로 앞에 도착하자 배터리 컨디셔닝 작동을 알리던 경고등이 꺼졌습니다. 남은 배터리 12%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딱 30km였지요. 사람으로 치면 준비 운동을 마치고 주문한 햄버거 세트를 먹을 때가 됐다고 볼 수 있지요.
충전 커넥터를 가져와 차에 연결하니 충전 속도가 급격히 올랐습니다. 충전 시작 30초가 지나자 40kW, 1분째가 되어서는 60kW를 가볍게 넘어섭니다. 밖에서 사진 한두 장 찍는 사이에 충전량 2%가 늘었지요. 80% 충전까지 37분 더 걸리겠다는 계기판 알림을 보고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 햄버거를 포장 주문했습니다.
대략 30분 자리를 비우다 왔더니 배터리 충전량이 73%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충전 속도가 45kW로 한풀 꺾였음에도 결코 느리지 않았습니다. 6, 7분만 더 기다리면 80%까지 배터리를 채울 수 있으니 차에서 머물기로 했지요.
급속 충전량 목표는 차 안에서도 설정이 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EV 설정 화면에서 충전 목표 배터리량을 10% 단위로 맞출 수 있습니다. 기본 설정값은 급속과 완속 충전 모두 100%인데요. 급속 충전 목표를 80%로 맞추면 배터리 충전량이 80%에 도달했을 때 알아서 충전을 멈춥니다.
실제로 80%까지 배터리가 충전되자 제 차에 전력을 보내던 급속 충전기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12%에서 80% 충전까지 약 38분이 걸렸고 얼마 못 가겠다던 주행 가능 거리도 200km 이상 늘었지요. 충전소에서 10분이면 집에 도착하니까 전혀 급할 게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배터리 컨디셔닝 없이 급속 충전을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아무 계획 없이 한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나왔는데 바로 눈앞에 100kW 급속 충전소가 보여서 커넥터를 가져와 꽂았지요. 배터리 컨디셔닝을 하지 않았더니 충전 시작 7분이 되었는데도 15kW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고전압 배터리 팩의 온도가 너무 낮아서 일시적으로 급속 충전이 제한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지요.
배터리 충전량 80% 이후의 급속 충전은 솔직히 의미가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 고열량 패스트푸드인 피자, 햄버거가 있어도 내가 배부른 상황이면 외면하거나 먹는 속도가 느려지듯이 전기차도 똑같습니다. 전력을 나눠 담을 빈 그릇(셀)이 부족해지면 충전 속도가 느려지고 100%에 도달하는 시간도 당연히 길어집니다.
전기차 충전은 급속이든 완속이든 여건에 맞춰서 편한 방식으로 고르면 됩니다.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급속 충전소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며 내 배고픔도 채우고요. 20, 30분 안으로 끝내는 단거리 주행 위주라면 가끔 느긋한 완속 충전으로 12V 보조 배터리(12V 보조 배터리 세이버+로 작동)까지 같이 충전해 주면 좋습니다. 제 경우 출퇴근 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서 퇴근 시 유틸리티 모드를 10분 이상 켜뒀다 차 시동을 끄기도 합니다.
배터리 컨디셔닝은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전기차 급속 충전소로 정했을 때 켜집니다. 작동 시점은 그때그때 달라서 조건을 특정할 수는 없으나 급속 충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개념만은 분명합니다. 고전압 배터리 팩을 건강한 상태로 지켜준다는 접근에서도 꼭 필요한 기능이기도 하지요. 급속 충전을 앞두고 켜지는 고전압 배터리 경고등이 궁금했다면 이번 내용으로 도움받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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