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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똑같은 차들의 모임, 캐스퍼 일렉트릭 청주 운전 여행 후기 본문
지난 25일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먼 길을 떠났습니다. 저랑 똑같은 차를 타는 사람들이 청주의 큰 베이커리 카페에 모이기로 했거든요. 모임이 열리는 시각은 오전 10시였는데 출발한 시각은 무려 오전 6시 무렵이었습니다. 보통 내비게이션이 예상하는 도착 시각에 맞춰서 집을 나서는데 이날은 여유롭게 운전을 하기로 했지요.
수성 IC로 진입해 들어간 고속도로는 쾌적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산영덕고속도로를 거쳐 청주로 향하는 내내 흐름이 원활했지요. 약 2시간을 부지런히 올라간 끝에 도착한 문의청남대 휴게소에서는 충전량 15%를 가리키던 배터리도 급속 충전할 겸, 배고픔도 달랠 겸 잠깐 쉬다 가기로 했습니다.
차에 200kW 급속 충전기를 물리고 푸드코트에서 간식을 사 갖고 왔더니 배터리가 42%까지 채워져 있었습니다. 12분 정도면 급속 충전 목푯값으로 설정한 70%까지 다 차겠다고 하더군요. 한 손에 로띠번 대신 바닐라 번을, 다른 손에 즐겨마시던 편의점 커피로 목을 적시며 배터리가 다 차기를 기다렸습니다. 15%에서 70%까지 충전에 걸린 시간은 22분이었습니다. 충전기 관리 상태가 좋았는지 충전 속도가 80kW 안팎으로 잘 뜨더군요.
모임 장소인 대형 베이커리 카페 엘도라도는 휴게소에서 출발 후 약 3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카페가 문을 여는 시각은 오전 9시라서 잠시 차 안에서 시간을 보냈지요. 활동 중인 동호회 카페에 가장 먼저 와 있다는 짧은 글도 올리고 휑하게 빈 주차장에서 차 사진을 몇 장 찍으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습니다. 날이 워낙 좋아서 한낮에는 사람들로 붐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전 9시가 딱 되어 카페 안에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베이커리 카페 정도로 생각했는데 층고가 높고 실내 조경이 잘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살짝 놀랐습니다. 여태 방문했던 베이커리 카페보다 훨씬 넓고 머물 자리가 많더군요. 어림잡아 3, 4백 명 넘는 고객들이 머물기 좋은 곳으로 보였습니다.
자리를 잡고 주문한 첫 메뉴는 샤인 머스켓에 딸기, 생크림으로 장식된 크림 사나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었습니다. 카페 엘도라도의 대표 메뉴라 하길래 서슴없이 주문했지요. 햇빛이 잘 드는 통창 앞에서 산미가 약한 커피를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더니 지난 부산 정모에서 만난 회원부터 낯익은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임 주최자인 청주 지역의 한 회원은 대구 정모에서 첫 만남을 가졌는데 이번이 부산 정모에 이어 벌써 세 번째라 더 반가웠습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그의 모임 참석에 힘입어 저도 뒤따라 먼 길을 올라가기로 결정한 거니까요. 소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차에 관한 얘기, 밖에서 꾸밀 아이템에 관한 얘기가 한가득이었습니다.
나중에 대여섯 명 안팎의 회원이 모이더니 뭔가 결심한 듯 주차장으로 향하더군요. 한 회원은 예정된 커튼 시공을 받으러, 나머지 회원들은 미리 준비한 부품을 가져와 차에 조립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테이블에서 자리를 지키던 저는 낮 12시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습니다. 땡볕에 작업하기는 고됐는지 다들 차를 아래층으로 옮겨서 하던 작업을 마저 하더군요.
3층 주차장에서는 본격적인 DIY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트렁크를 활짝 열고 웨더스트립을 따라 식빵등을 심는가 하면, 어떤 회원은 손재주가 좋은 다른 회원의 도움을 받으며 도어 트림을 뜯고 방진 매트를 붙이더군요. 17인치 전면 가공 휠에는 각자의 취향대로 데칼(스티커)을 붙여서 차를 꾸미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청주로 향하는 동안에는 가급적 차를 건들지 않겠다는 가치관이 확고했는데 현장에 가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언젠가 신차 출고 상태로 차를 원복 시킬지도 모르겠지만 '쉬운 것부터 하나씩 바꿔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한때 직업상 온갖 차를 경험했지만 막상 생애 첫차로 마련한 제 캐스퍼 일렉트릭은 취향대로 손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며칠 전 직접 설치한 트렁크 식빵등을 시작으로 아마 하나씩 늘지 않을까 합니다.
주차장에 머무는 동안 한창 여유로울 것만 같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4층 야외 주차장에서 짧은 자기소개와 필요한 아이템을 나눠 갖고 다시 3층에 내려왔더니 어느덧 오후 3시 반이 지나고 있었지요. DIY 현장 구경만 하겠다던 저는 데칼 작업을 돕기도 하고 필요한 도구를 갖다주며 차 꾸미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열댓 명 넘게 모였던 흔적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줄었습니다. 현장 정리가 거의 다 끝난 저녁 6시에는 캐스퍼 일렉트릭 여섯 대가 남았지요. 생각지 못한 저녁 식사 제안에 응하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또 다른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 늦게 모임에 합류한 회원 몇몇과 대화를 나누며 배를 두둑이 채웠더니 7시 반이 지나 있었지요.
다음날 새벽 출근을 앞둔 저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청주에서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남은 배터리 59%에서 집까지 약 2시간 10분 동안 차를 꾸준히 몰았더니 딱 2%가 남았습니다. 몇 번의 장거리 주행으로 가끔 봐 왔던 숫자라 충전을 서둘러야겠다는 조급함은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배터리 잔량 1%, 주행 가능 거리 3km를 띄우던 지난겨울에 비하면 안심(?) 할 수 있는 수치였지요.
오늘(1일)은 어디 갈지 고민이긴 합니다. 제게 익숙한 포항도 다녀왔고 얼마 전 해안 도로를 따라 영덕까지 다녀오기도 했으니까요. 날이 좋아서 어디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올 예정인데 특별히 쓸 거리가 있다면 이번 청주 운전 여행 후기처럼 잘 정리해 올려볼 겁니다. 그럼 편안한 휴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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