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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트랙스 크로스오버 그린카 시승 후기 본문
지난 6일 그린카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빌렸습니다. 7월 초 카셰어링으로 운영이 시작된 그린카의 신차입니다. 트림은 상위 등급인 액티브였습니다. 안팎은 3개월 전 스타필드 하남에서 시승한 트랙스 크로스오버 RS랑 비슷합니다. 바퀴는 18인치로 한 치수 작고 그릴을 가로지른 크롬 바 장식이 안 붙어서 얼굴이 깔끔한 모델입니다. 가격은 2,701만 원입니다.
다시 둘러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생김새는 전반적으로 날렵합니다. 빨간색 RS 배지랑 뾰족한 그릴 장식으로 멋을 부린 RS보다 덜 튑니다. 티타늄 칠이 약간 들어간 그릴과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 범퍼 좌우로 넓게 떠받친 다크 크롬 장식은 안정되고 단단한 인상을 만들어 줍니다. 정통 소형 SUV에 가까운 트레일블레이저보다 낮고 넓은 얼굴이 잘 드러납니다.
옆모습은 눈에 띄게 늘씬합니다. 비율상 앞이 길고 지붕으로 향하는 A-필러의 접근각이 세단처럼 낮아서 대강 보면 SUV 느낌을 낸 해치백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클래딩으로 감싼 휠 아치와 사이드 스커트, 18인치 블랙 휠은 흰색(퓨어 화이트) 바디 컬러와 대비를 이뤄서 제원상 알려진 길이보다 더 길어 보입니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어슈어런스 피네스, 규격은 225/55 R18입니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긴 마일리지(주행거리)에서 유리한 사계절 타이어입니다.
뒤태는 다소 평이합니다. 앞이랑 옆에서 보면 차폭과 길이감이 뚜렷해서 낮게 깔린 차로 보이는데요. 뒤에서는 지붕의 루프랙까지 잘 드러나서 보통의 소형 SUV로 보입니다. 리어램프는 LED로 빛나는 'ㄷ'자형 제동등 안에 전구형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이 만입된 형태입니다. 왼쪽 아래는 차명 'trax', 우측 아래는 트림명 'activ'가 붙습니다. 범퍼 밑에는 단단한 느낌을 주도록 다크 크롬 장식이 붙습니다.
1열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좌판이 조금 짧고 쿠션이 단단합니다. 바닥 대비 시트 위치가 낮아서 허벅지 앞쪽이 뜹니다. 좌우를 받치는 품은 얇아서 등받이에서 허전함이 잘 느껴집니다. 운전석 시트와 요추 받침대는 모두 전동식으로, 동반자석은 수동식으로 조절됩니다. 시트를 최소로 낮췄을 때 운전 시점은 코나 SX2 직전 모델인 더 뉴 코나에 가깝습니다.
운전대 림은 거칠거나 딱딱했던 다른 부위보다 부드럽고 손에 잘 잡힙니다. LCD 계기판(8인치 컬러 클러스터)은 요즘 차보다 폭이 좁아서 많은 내용을 띄우지는 않습니다. 엔진 회전계 안에 숫자로 표시된 속도계, 연료계와 유온계, 기어 위치 안내가 전부입니다. 주행 정보(주행거리, 연비)를 끌고 오거나 엔진 회전계 모양을 바꾸는 정도의 변화는 됩니다.
운전석으로 향한 11인치 화면 속 콘텐츠는 필수 기능만 달아둔 느낌입니다. 화면 왼쪽에 미디어, 스마트폰, TCS, 주행 정보, 홈 화면 바로가기 탭을 넣어놨지만 몇 번 만져봐야 역할을 알 만큼 직관성이 떨어집니다. 공조 설정, 운전자 주행 보조와 같은 기능은 홈 화면-설정-차량 순으로 넘어가는 접근 단계가 복잡합니다. 터치 반응은 예전의 쉐보레보다 빨라진 편이지만 다른 차들의 터치 화면을 경험한 운전자 입장에선 현저히 느립니다.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는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로 대신합니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스마트폰에 설치된 네이버 지도랑 유튜브 뮤직을 연동해 띄우면 됩니다. 스마트폰은 충전 시 USB-C 케이블로 연결하거나 공조 컨트롤러 아래에 마련된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안으로 쏙 밀어 넣으면 됩니다. 충전이 시작되면 스마트폰 아이콘에 충전 활성화 그래픽이 떠서 알아보기 좋습니다.
공조 컨트롤러는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과 다이얼, 플라스틱 버튼이 뒤섞인 형태입니다. 온도 조절과 바람 세기는 툭 튀어나온 다이얼로 조절되는데 조작감은 트레일블레이저랑 비슷합니다. 돌렸을 때 느껴지는 서걱거리는 감각만 덜어내면 나쁘지 않습니다. 1열 열선과 통풍은 3단까지, 운전대 열선도 여기서 켜집니다. 비상등은 우측 끝에 배치됩니다.
기어 노브의 조작감은 뻣뻣합니다. 오토 홀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기본 트림부터 집어넣은 결정은 좋았으나 손바닥과 맞닿는 그립감이 거칩니다. 단수 조절(수동 변속)은 다른 미국차처럼 L 모드에서 +/- 버튼으로 변속 제한을 거는 방식입니다. 젠 III 6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리며 가감속에 따른 변속 응답이 대체로 느긋합니다.
2열 거주성은 다른 소형 SUV와 비교해 꽤 넓습니다. 헤드룸(머리공간)은 더 뉴 셀토스보다 못하지만 레그룸(무릎공간)은 주먹 두 개 반 이상 세 개 이하입니다. 좌판 길이는 1열과 비슷하고 쿠션은 단단합니다. 발판은 평탄화가 잘 돼 있어서 더 넓게 보이기도 합니다. 1열 센터 콘솔 뒤에는 USB-A와 USB-C 포트, 에어 벤트가 설치됩니다.
테일게이트는 수동식으로 열립니다. 알려진 트렁크 용량은 414리터인데 추가 수납공간이 꽤 깊습니다. 러기지 보드를 다른 SUV처럼 복층형으로 만들었다면 적재 공간을 선택적으로 늘릴 수 있었을 텐데 공간 활용성은 좀 떨어집니다. 타이어 공기 주입기와 실란트가 보관된 자리를 대체할 공간이 없었다는 점으로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2열 등받이를 접으면 적재 공간은 1,405리터로 늘어납니다. 겉보기에 넓으나 중간이 턱이 지고 경사가 져서 차박 용도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경사면을 잘 다듬으면 키 160cm 안팎의 운전자가 누울 수는 있겠으나 전고도 낮아서 결코 편한 잠자리는 안 될 겁니다. 러기지 보드 위에 달린 커버링 쉘프(선반)를 대 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주행감은 노면을 한 번 걸러서 읽으려는 성향에 가깝습니다. 일상에서 부드럽게 몰기 편합니다. 앞뒤로 기울거나 비틀대는 정도는 적으며 신호 대기 후 오토홀드가 풀리며 나가는 감각이 괜찮습니다. 운전대 회전 질감은 전에 시승한 RS 트림처럼 너무 가볍고 해상력이 떨어져서 운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굽이진 길에서 가감속 응답이 매끄럽지 않고 운전자가 예상한 동선 밖으로 거듭 밀려나서 운전대를 조금씩 안으로 더 감게 됩니다.
시내 주행에서 한계가 가장 뚜렷했던 부분은 본선 합류 구간이었습니다. 우회전 후 전방 250m 지점의 터널로 신속히 들어가 60km/h로 속도를 올리는 구간이 있었는데 가속 응답이 더뎌서 교통 흐름을 맞추기 버거웠습니다. 가속 페달을 50% 이상 밟고 기어 단수를 떨구며 엔진 회전계를 3천 rpm 이상 띄운 뒤에야 가속이 붙습니다. 주행 구간이 짧거나 평이한 구간에서는 잘 느끼기 어렵겠지만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경험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승차감은 대체로 팽팽합니다. 19인치 바퀴를 낀 RS 트림보다 덜 단단하며 덜 튑니다. 실내로 느껴지는 주행 소음은 코나 SX2랑 비슷합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뒷바퀴의 수직 이동거리가 짧고 깔끔합니다. 진입 속도를 30km/h에서 40km/h로 높이면 차체의 탄력으로 금방 받아내며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예전의 더 뉴 트랙스보다 주행감이 희미하고 승차감이 무르다 느낄 수 있겠지만 기술적 유행과 편의 사양에 연연하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괜찮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비는 얼마나 나올까요? 75.8km를 다니고 난 평균 연비는 12.7km/l로 나왔습니다. 일상에서 평지 위주로 잘 달래듯이 몰면 14~15km/l 정도, 굽이진 오르막을 욕심내고 타다 보면 8~9km/l 밑으로 뚝 떨어지기도 합니다. 중간 기점인 팔공산 인근의 한티휴게소(37.8km 지점)에서는 누적 평균 연비가 8.9km/l였습니다. 스타벅스 팔공산점에 들렀다가 경산역으로 향하며 연비가 12km/l 대로 돌아왔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5시간 빌리며 알아본 주행 경험은 3개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기술 관심도가 낮으면서 있어야 할 건 있고 세련된 디자인, 2열이 넓은 SUV를 원하던 합리주의 운전자에게 괜찮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희미한 카메라 화질, 느린 터치 반응을 비롯한 몇몇 기능적 아쉬움은 있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 혼자가 아닌 3~4인 패밀리카로 접근하기도 괜찮을 모델로 보입니다.
경산역에서 빌린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대여료는 2만 7,200원이었습니다(그린패스 구독으로 대여료 60% 할인쿠폰 적용). 전기차로 꾸준히 모으던 그린포인트로 탈탈 털어 넣고 보험료 9,970원만 사전 결제했습니다. 반납 후 주행 요금은 km 당 160원씩 해서 12,160원이 나왔습니다. 합해서 2만 2천 원 정도 됩니다. 24km 더 달렸으면 km 당 30원씩 해서 그린포인트 3천 점을 채웠을 텐데 100km 밑으로는 주행거리 리워드가 안 생기더군요. 주행거리 100km 이상이면 주행요금 단가가 150원으로 10원 더 낮아지니까 시간이 빌 때 조금 더 몰아도 됐겠다는 생각입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평소 관심을 두던 운전자라면 그린카로 잠시 빌려서 시승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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