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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4 싼타페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본문
지난 30일 2024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습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서 시승한 모델은 5인승 2WD(전륜) 캘리그래피 트림에 피칸브라운 나파 가죽, 빌트인 캠 2.0,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듀얼 와이드 선루프, 현대 스마트 센스,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 II가 전부 들어간 풀옵션 모델입니다. 외장 색상은 마그네틱 그레이 메탈릭, 가격은 5,120만 원입니다.
싼타페의 앞모습, 뒷모습은 복잡한 기교 없이 '단순하고 명확하게' 풀어냈습니다. 영문자 H로 빛나는 풀 LED 헤드램프를 좌우로 연결하며 더 큰 H를 그려냈고 H 형상의 앞 범퍼, H를 품은 LED 리어램프로 싼타페의 정체성을 선명히 나타냈습니다. 엠블럼 그 이상의 의미를 자동차 곳곳에 새겨서 누가 봐도 현대자동차 모델임을 알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옆에서 본 싼타페는 길에서 자주 보던 도심형 SUV와 분명히 다릅니다. A-필러 꼭대기에서 트렁크가 만나는 D-필러까지 수평에 가까운 지붕, 1열보다 2열 창을 넓게 파고 3열까지 네모나게 만든 유리창, 각진 휠 아치를 따라 잔뜩 부풀린 펜더는 그동안 경험한 싼타페와 전혀 다릅니다. 모험을 즐기는 대담한 SUV로 싼타페를 풀어냈습니다.
1.6 하이브리드(HEV)를 품은 시승차에는 18인치 공력 휠과 타이어가 신겨져 있었습니다. 출고용(OE) 타이어는 금호의 크루젠 HP71, 규격은 235/60 R18입니다. 사계절 프리미엄 SUV 타이어 중에서 주행감, 제동 능력에서 우위를 인정받은 제품이기도 합니다. AWD(사륜) 선택 사양으로 들어가는 20인치 타이어도 같은 제품이 쓰입니다. 규격은 255/45 R20입니다.
실내 분위기는 익숙했습니다. 디 올 뉴 그랜저, 쏘나타 디 엣지, 디 올 뉴 코나의 구성을 조금씩 가져간 싼타페는 위에서 내리깔린 느낌의 대시보드, 상하 두 곳으로 나눔 한 글로브 박스, 스마트폰 두 대를 나란히 무선 충전하는 플로팅 센터 콘솔, 뉴트로 풍의 문 손잡이, 우드 장식을 더한 도어 트림으로 기능성과 멋을 겸비한 SUV 느낌을 냈습니다.
운전석 착석감은 더 뉴 쏘렌토보다 편했습니다. 시트 위치는 쏘렌토보다 살짝 낮고 좌판과 등받이는 쿠션이 얕으면서 좌우로 돌출된 서포트가 단단해서 상체와 허리, 허벅지를 잘 붙듭니다. 앞 유리가 부담스럽게 가깝던 쏘렌토는 기본 시트 위치가 껑충해서 차폭과 길이감을 잡기 애매했는데 싼타페는 그보다 앞 유리가 서 있고 보닛이 잘 보여서 길이감을 잡기 쉽습니다. 헤드레스트(머리 받침)를 1~2cm 뒤로 빼주면 좀 더 자연스러운 운전 자세가 나오겠습니다.
실내에서 소재 질감이 가장 괜찮던 부위는 운전대 림이었습니다. 시트 표면 가죽보다 촉감이 쫀쫀해서 손에 잘 달라붙습니다. 열선을 켰을 때 그립감이 더 살아납니다. 3-스포크 형태로 구성한 운전대 왼쪽에는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를 비롯한 각종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오른쪽에는 음성 인식과 음량 조절을 아우른 인포테인먼트 기능 버튼을 모아놨습니다. 기어 모드는 운전대 우측 뒤에 매달린 전자식 변속 칼럼 레버로 바꿉니다.
회생 제동 레벨은 운전대 양쪽의 패들 시프트로 맞춥니다. 시동을 켰을 때 기본값은 레벨 0으로 계기판에 보이지 않고 +패들을 2~3초 당기면 누적 주행 거리 숫자 왼쪽에 'AUTO'가 표시됩니다. 주행 상황에 따라 회생 제동 레벨을 자동으로 맞추겠다는 의미입니다. 레벨 0일 때 타력 주행 시 감속량은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같습니다. 신호 대기로 정차 중안 앞차를 감지하면 레벨 2까지 오르며 감속되는데 자연스러운 운전 감각을 바란다면 끄거나 레벨 1 정도로 설정하는 게 알맞습니다.
엔진 동력을 보조하며 작동하는 EV 모드는 지속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기온이 섭씨 1도로 낮기도 했고 시트 및 운전대 열선, 히터를 켜 둔 상태라서 신호 대기를 다 마치기 전에 엔진 시동이 가끔 켜졌습니다. 대신 20~30 km/h 이내로 다니는 생활도로구역에서는 가상 사운드와 함께 EV 모드가 자주 들어옵니다. 엔진 작동 시 돌아가는 최소 회전 수는 1,200 rpm으로 보통의 내연기관차보다 높습니다. 실내로 잘 들리는 엔진음에 비해서 떨림의 양이 꽤 적습니다.
가운데 모아둔 주요 기능들은 알기 쉽게 잘 옮겨져 있었습니다. 에어 벤트 밑줄에 인포테인먼트 버튼, 터치식 공조 제어 패널, 오토 홀드, 주행 모드 레버, 경사로 저속 주행 모드,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포함한 주행 및 주차 편의 기능의 배치가 규칙적이면서 가지런합니다.
센터패시아에 맞붙은 플로팅 센터 콘솔 앞쪽에는 USB-C 포트 두 개, UV-C 살균 소독 버튼, 양쪽에 Qi 무선 충전 LED 인디케이터를 갖다 놨습니다. 운전자와 동반자석 승객의 스마트폰은 이곳에서 언제든 고속으로 무선 충전됩니다. 좌우로 얹힌 컵홀더는 400ml 용량의 얇고 긴 텀블러부터 1리터 이내의 넓적한 물통까지 야무지게 꽂힙니다.
1열 팔걸이(암 레스트)를 겸한 앞뒤 양방향 센터 콘솔 박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1열과 2열 승객이 자유롭게 꺼내 쓰기 좋게 만들면서 받침 역할을 하는 수납함을 꺼내면 깊이가 더 깊어집니다. 아반떼의 깊이 가변형 컵홀더를 응용한 구성으로 보였습니다. 2열 앞쪽 가운데 서랍식 수납함이 1열의 센터 콘솔 박스와 이어져서 1열에서 2열, 2열에서 1열로 물건을 전달하기 쉽습니다.
2열의 분위기는 1열과 비슷한데 좌판이 약간 더 길고 말랑해서 허벅지와 엉덩이를 기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시트 백 레그룸(무릎 공간)은 주먹 두 개에서 두 개 반으로 더 뉴 쏘렌토 HEV보다 소폭 좁은데 시트의 안락함은 싼타페가 더 낫습니다. 운전석 발밑 공간은 발등 앞에서 막히지만 가운데 바닥은 편평하게 이어서 넓게 꾸몄습니다. 1열 시트 측면에는 USB-C 충전 포트, 뒤에는 가방 걸이 두 개, 시트 백 포켓을 만들었습니다.
2열 좌우에 앉아서 둘러본 느낌은 미국 브랜드의 유명 SUV와 비슷했습니다. 쏘렌토는 1열에서 2열로 파노라믹 선루프가 열리는데 싼타페는 1열과 2열이 지붕이 나뉜 듀얼 와이드 선루프로 맞췄습니다. 채광성, 3열 개방감 확대를 위한 의도적 구성인데 차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아웃도어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1열 선루프 커버는 수동식(선루프 틸트 및 슬라이드는 전동식), 2·3열 선루프 커버는 전동식으로 열립니다.
테일게이트 수납공간은 쏘렌토보다 조금 더 넓은 725리터(VDA 기준) 규모입니다. 스타리아처럼 테일게이트가 일반 사람 키보다 위로 높게 열리고 짐을 들어 올려 받치는 문턱 높이가 쏘렌토보다 낮아서 짐을 실어 나르기 편합니다. 220V 인버터(허용 전력은 200W까지)는 테일게이트 안쪽 우측에 있습니다. 슬라이드 및 리클라이닝을 갖춘 2열 시트는 버튼으로 간편히 접히고 펴는 건 수동(2열로 이동 후 펼침)입니다. 2열 등받이는 접었을 때 외곽의 굴곡으로 완만히 경사가 집니다.
주행감은 어땠을까요? 약 50분간 고속도로 옆 간선도로와 시내 구간 20km를 시승했습니다. 주행 모드는 에코, 스포트, 마이 드라이브 셋으로 나뉘는데 기본 모드인 에코 만으로도 일상 주행으로는 여유가 있습니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하며 원하는 속도로 끌어내거나 간선도로 본선 합류, 차선 변경 후 앞지르기를 위한 가속감은 2리터 급 내연기관차와 비슷합니다. 동력계가 EV 모드에서 엔진으로 넘어갔다 돌아오는 과정도 더 뉴 쏘렌토 HEV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승차감은 쏘렌토 HEV(5인승, 18인치 타이어)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출발 가속 시 앞이 들리고 감속 후 정차 시 앞이 가라앉는 설정은 비슷한데 과속방지턱을 타고 넘기는 바퀴의 움직임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뒷바퀴의 충격을 달래는 싼타페의 감각이 좀 더 사뿐합니다. 주행하며 들리는 타이어 마찰음은 비슷했고 80 km/h 전후로 달리는 간선도로 환경에서는 노면을 얇게 문지르며 바퀴를 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 유리(윈드실드)에 부딪치는 바람 소리는 고르게 납니다.
연비는 얼마나 기록됐을까요? 처음 20분간 8.3km 주행한 기록은 14.1 km/l, 47분간 19.8km(동일 구간 1회 추가)를 누적 주행한 기록은 15.6 km/l였습니다. 연비에 얽매지 않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며 보통의 내연기관차처럼 몰았습니다. 일상 구간에서 스포트 주행 모드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엔진 회전계를 더 높이 띄우고 가속 응답이 빨라지는 특징에 비해서 연비 대신 얻을 만한 장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시내와 교외를 오가는 정도로는 에코 모드를 권장합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둘 다 경험한 제게는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세팅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정적으로 혼다 파일럿, 포드 익스플로러를 몰던 운전자 입장에서 눈을 두기 가장 편했습니다. 앞 유리 위쪽이 가깝고 사이드미러 시야가 어색해서 답답했던 쏘렌토 HEV보다 차폭과 길이감을 인지하기 좋았습니다. 이중 주차된 좁은 곳에서 회전 반경을 예측하기 쉽고 주차가 편했던 코나의 특징을 이어받아서 주행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쏘렌토의 안팎에 적응된 운전자라면 저와 다른 판단을 할지도 모릅니다. 운전대의 돌림 감각과 주행 실력은 쏘렌토가 더 좋다고 여길 만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기능성과 공간 활용, 라이프스타일 확장에 더 가치를 둔 예비 고객이라면 싼타페가 더 어울린다고 판단됩니다. 2.5T(2.5 가솔린 터보) 대신 하이브리드를 운용할 계획이라면 바퀴를 18인치에서 20인치로 키우는 것보다 필요한 선택 사양을 하나 더 보태는 게 낫겠습니다. 잘 닦인 포장도로를 다닐 일이 많으면 운전자 취향에 맡길 수 있지만 나보다 내 가족의 안락함을 위한 선택으로는 18인치로 충분합니다. 왜 그런지는 타 보면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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