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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일렉트릭과 보낸 겨울의 소소한 일상, 어떻게 몰고 있나? 본문
캐스퍼 일렉트릭을 운행한 지 석 달이 넘었습니다. 처음 두 달은 가끔 장거리 운전 여행으로 시간을 보냈고요. 요즘 근무 시간이 부쩍 늘고 바빠져서 근교 지역 위주로 드라이브를 다니는 중입니다. 매달 평균 8, 9만 원을 내던 전기차 충전비도 당분간 6, 7만 원으로 줄겠군요. 한 달에 1,300km, 많아도 1,400km를 타던 제 카라이프에 변화가 생겼거든요.
제 출퇴근 거리는 극단적으로 짧아졌습니다. 평일에는 걸어서 10분 안팎, 주말에는 차로 20분 출퇴근하던 사무실이 지금은 한곳으로 꽂혀 버렸거든요. 우스갯소리로 걸어서 가나 차로 가나 걸리는 시간이 똑같습니다. 얼음장처럼 찬 겨울바람 안 맞으려고 차를 몰지요. 시트며 핸들 열선은 기본이고 히터도 빵빵하게 틀고 다닙니다. 전비 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있지요. 사무실 도착 시 계기판에 뜬 전비(km/kWh)는 숫자 '2'를 보기도 힘들죠.
휴무일에는 마트에 장 보러 나갑니다. 제 주변에는 이마트랑 홈플러스 두 군데가 있는데요. 거의 이마트 위주로 다녀옵니다. 거리상 가장 가깝기도 하고 설치된 셀프계산대가 훨씬 많아서 계산이 빠릅니다. 진열된 고기의 상태, 즉석조리 식품의 품질은 홈플러스가 평균적으로 더 좋은데 결제 수단 활용은 이마트가 더 유연하고 상품 가격이 더 저렴하게 느껴졌습니다.
마트 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은 어쩌다 한 번 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매장 입구에서 너무 먼 곳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설치돼 있어서 잘 안 가게 되기도 하고요. 이미 집 지하주차장에 완속 충전 시설이 있는데 굳이 멀리 걸어가서 패스트푸드(급속 충전)를 먹여줘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3개월 무료 구독이 끝난 SK일렉링크의 럭키패스 미니는 이달부터 구독료 3,900원을 내고 이용해야 합니다. 구독료 결제 후 일주일 안에 해지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데 조금 더 내버려 둘 생각입니다.
어제(11일)는 시간을 허투루쓰고 싶지 않아서 자주 가던 교외 지역으로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팔공산 방향으로 길을 잡고 도착한 곳은 가산산성 공영주차장입니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조용한 휴식처입니다. 배터리 충전량은 71%로 넉넉했는데 그냥 시간을 보내기는 좀 그래서 환경부의 100kW 급속 충전기 앞에 차를 대고 충전 커넥터를 꽂았습니다.
배터리 컨디셔닝으로 고전압 배터리 팩을 데우지 않았더니 충전 속도가 너무 낮았습니다. 충전 시작 7분이 되어서도 14kW를 밑돌다가 8분이 넘어서자 충전 속도가 24.5kW로 오릅니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해는 이미 서산 뒤로 넘어가 숨어 버렸지요.
충전 시작 20분째가 되어서야 배터리 충전량 80%에 도달했습니다. 평소 같았음 충전 커넥터를 차에서 바로 빼고 나왔을 텐데 따스한 차 안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무릎 담요를 꺼내 펼치고 V-리그 여자배구 실시간 중계를 보며 시간을 보냈죠.
언제 급속 충전이 끝날지 지켜보니 충전 시작 40분째에 딱 멈췄습니다. 배터리 충전량은 71%에서 92%까지 늘고 충전비는 1kWh에 347.2원으로 5,120원이 결제됐습니다. 물론 충전비는 카드 결제 대신 모두의 충전 앱으로 짬짬이 모아둔 포인트로 털었습니다. 일렉베리 앱으로 모은 키위 포인트도 털어야 하는데 마땅히 쓸 곳이 없군요.
배터리 충전량 92%에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306km였습니다. 시내 위주로 얌전히 몰고 전비 관리를 하고 다녔으면 350km도 가뿐히 넘었겠지만 매일 차 타기 전 이용하는 예약 공조, 보통 10분 안에 차 시동을 끄고 유틸리티 모드로 시동 상태를 방치하는 일이 거듭되면 주행 가능 거리는 이처럼 짧아집니다. 누군가는 혹한 속에서도 주행 가능 거리 400km 안팎을 달성하는 데 신경을 쓰겠지만 차를 막 타는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귀갓길은 블루투스 오디오로 듣는 실시간 중계방송과 함께했습니다. 어떠한 시간 압박도 없는 나 홀로 토요일이라 가속 페달을 향한 발질도 평소보다 느긋했지요. 저녁 6시에 출발해 7시 무렵 집에 도착했더니 지하주차장이 제법 꽉 찼습니다. 비좁은 경차 칸에 캐스퍼 일렉트릭을 대고 옆자리로 내려도 공간이 넉넉했습니다. 차가 조금이라도 컸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기록된 주행 정보는 어땠을까요? 아주 보기 드문 수치가 떴습니다. 32.2km를 50분 달리는 동안 표시된 전비가 9.1km/kWh였습니다. 배터리 충전량도 92%에서 5% 빠진 87%에 그쳤죠. 여유롭게 달릴수록 주행 가능 거리도 천천히 줄어드는데 시간 압박이 더해지면 소용없습니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운전할 뿐이지요. 당분간 장거리 운전 계획은 줄이고 100km 이내의 근교 드라이브가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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