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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일렉트릭과 훌쩍 떠난 서울 운전 여행 첫날 후기 본문
지난 23일과 24일 제 차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느긋하게 충전하고서 서울로 운전 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지요. 23일 저녁에 이용하기로 한 채비스테이 둔촌점, 아고다 특가로 예약한 스탠포드 호텔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함이었습니다. 24일 오전에는 시간이 남아서 유튜브 영상으로 자주 보던 황희 선생 유적지 주차장까지 둘러볼 수 있었죠.
솔직히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월요일 새벽에서 아침까지 근무를 마친 뒤 세 시간 안팎을 자고 나왔습니다. 한두 시간 안팎의 주행이었다면 고카페인 커피 한 잔이면 괜찮은데 경북 경산에서 서울까지는 마라톤 하듯 꾸준하게 달려야 해서 일할 때 마시던 링포텐(분말형 레몬 음료)을 곁에 두고 운전을 거듭했습니다.
집에서는 오후 네 시쯤 출발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뜬 채비스테이 둔촌점 도착 예상 시각은 저녁 7시 20분을 가리켰지요. 288km를 달려가는 동안 고속도로 휴게소는 단 한 번도 들를 수 없었습니다. 출발 전 고전압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으니 어떻게든 한 번에 갈 수는 있겠구나 마음을 놓았지요.
다행히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맞바람이 많이 불어서 주행 가능 거리가 더 빨리 줄었지만 고속 주행에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주행거리 100km를 넘어선 때는 출발 후 1시간 10분이 막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남은 배터리 68%로 199km 더 달릴 수 있음을 참고하며 주행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6시 무렵에는 사방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2, 3시 사이에 늦은 점심을 먹어서 배고픔은 느끼지 못했는데요. 1시간 40분간 바람을 가르며 149km를 달린 제 캐스퍼 일렉트릭은 배터리 잔량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주변 차들이 저녁을 먹으러 휴게소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서울로 향한 운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출발 후 2시간 10분이 지나자 주행거리 200km가 됐습니다. 6km/kWh 안팎의 전비를 지키며 간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중부내륙선에서 영동선을 거쳐 중부선으로 고속도로를 갈아탔더니 가운데 화면에 EV 배터리 주의 경고가 켜졌습니다. 2시간 30분 넘게 약 238km를 달렸더니 배터리 잔량이 20%로 떨어졌습니다. 견딜만했던 저도 허기를 슬슬 느끼던 참이었지요.
2시간 53분째 약 269km를 달린 시점에서는 EV 배터리 부족 경고가 떴습니다. 배터리 잔량은 10%, 주행 가능 거리도 28km로 더 줄었지요. 가감속을 여유롭게 조절하던 제 발질은 어느 때보다 신중해졌습니다. 연료 주입 경고등이 뜬 기름차를 몰듯이 가속 페달을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밟고 떼기를 반복합니다.
동서울 톨게이트 하이패스를 지나며 긴장이 풀리자 방심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남 IC 뒤에 있는 분기점으로 가서 수도외곽순환선 서하남 IC로 빠졌어야 하는데 하남 IC 코앞의 퇴근 러시에 맞물리고 말았지요. 배터리 잔량은 8%, 주행 가능 거리 21km, U턴으로 차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앞으로 11km 더 달려야 했거든요.
저녁 7시 22분 서하남 IC로 빠져나와 교차로에 들어서니 온몸에 흐르던 묘한 긴장이 풀렸습니다. 쭉 가서 길동사거리, 둔촌동역 방면으로 우회전해 넘어가면 길가에 채비스테이 둔촌점이 바로 보이겠구나 생각했지요. 당시 교통 흐름도 어느 정도 풀려서 흐릿했던 운전 집중력이 뚜렷해졌습니다.
채비스테이 둔촌점 앞 전기차 급속 충전소에 차를 세워서 살핀 주행 정보는 사진과 같습니다. 3시간 27분간 286.5km를 달렸고 전비는 6.4km/kWh가 나왔습니다. 출발 전 배터리 잔량 100%는 97% 빠진 3%, 주행 가능 거리는 324km에서 8km로 완전히 홀쭉해졌습니다.
제 뱃속도 먹거리를 달라며 아우성을 쳤지만 맛있는 패스트푸드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먼저 주기로 했습니다. 충전기 앞 커넥터를 들어서 차에 꽂으면 충전이 시작됩니다. 배터리 잔량 부족으로 배터리 프리 컨디셔닝이 가는 도중에 꺼졌는데 온도가 많이 떨어지지는 않아서 충전 속도는 예상보다 잘 나왔습니다.
카페 20BOON에서 한 시간 머물렀더니 배터리 충전량은 3%에서 89%까지 찼습니다. 10km도 못 가겠다던 주행 가능 거리도 295km로 늘었지요. 카페에서 머물며 제 배를 채울 동안 캐스퍼 일렉트릭도 신선한 전력을 배터리 팩에 마구 담으며 속을 든든히 채웠습니다.
저녁 8시 반에는 하룻밤 묵을 스탠포드 호텔 서울로 움직였습니다. 마포구 상암동 안의 4성급 글로벌 비즈니스호텔입니다. 10만 원 조금 안 되는 가격에 하루를 지낼 생각을 하니 가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20대 중후반 서울살이 하며 시간을 보내던 강변북로 위의 동작대교, 한강대교, 원효대교, 마포대교가 머리 위를 스칠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그럴 때가 있었지라며 그날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온갖 생각을 하는 동안 스탠포드 호텔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밤 9시 반에 차를 세우고 호텔 로비로 들어가 체크인을 마쳤더니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피로가 몰립니다. 온몸에 열이 바짝 달아오르자 찬바람을 쐬면서 상암 MBC 일대를 걷기도 하고요. 밤 10시 반 마감을 앞둔 올리브영에서 꼭 필요했던 헤어스프레이도 사들고 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한동안 책상에 노트북을 펼쳐서 사진과 영상을 옮겼더니 새벽 1시가 가까워졌습니다. 얼른 누워 자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싱글 침대 위에서 폰 만지는 걸 좀처럼 멈출 수 없었지요. 평일에 2만 2천 원 하는 호텔의 조식 뷔페 대신 다른 건 먹을 게 없을까를 뒤적이며 새벽 2시쯤 잠을 청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요? 다음 글을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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